노르웨이는 전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패러다임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
노르웨이는 전기차 판매량이 전세계에서 가장 처음으로 내연차의 판매량을 앞질렀다. 2020년에 이미 전기차 판매량이 전체 차량 판매량의 절반을 넘어섰고, 2025년부터는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한 압도적인 전기차 선진국이 바로 노르웨이다.
노르웨이 국토 면적은 서울 면적의 약 500배이지만 노르웨이의 인구는 서울의 6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서울보다 훨씬 넓은 면적에 더 적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만큼 인구의 분포가 넓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어느 곳에 공공충전소를 설치해야 할지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노르웨이의 기후는 상대적으로 춥기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의 효율도 좋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충전 인프라 혹은 전기차에게 마냥 친화적이지 않은 환경에서도 전기차가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노르웨이가 전기차 선진국이 된 가장 큰 이유는 강력한 정부지원에 있다. 노르웨이는 자동차에 두 종류의 세금을 부과하는데, 그 중 구매세는 각 차의 배기가스 배출량에 따라 차등적으로 부과된다. 전기차에는 2022년까지 이러한 세금이 전혀 부과되지 않았다.
또 노르웨이에서 전기차는 버스전용차로 이용 혜택, 고속도로의 통행료 할인 혜택, 페리 승선 시 요금 할인 혜택(노르웨이는 해안가를 따라 거주지가 형성돼 있어 이동 시 페리의 사용빈도가 높은 편이다) 등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지원만으로 노르웨이의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그 유지가 설명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국내도 사실 전기차에 대해서 큰 폭의 보조금 지원, 통행료 감면, 주차비 감면, 각종 세제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보급속도 측면에서 노르웨이와 한국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사회문화, 경제, 자원 등 여러가지 측면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확연히 눈에 띄는 것은 노르웨이의 공동주택 거주 비율이다. 노르웨이는 공동주택에서 거주하는 비율이 23%에 불과하다. 인구의 절대다수가 단독주택과 같은 독립적인 공간에서 거주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렇게 독립적인 주거공간이 확보돼 있는 만큼 노르웨이의 전기차 사용자 중 83%가 집에서 충전을 해결한다고 한다. 또 추운 기후 탓에 난방 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전력 수요를 전국적으로 구축해뒀던 것도 각 가구별로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기반 시설을 확보하는 것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노르웨이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내 집에서 내 차를 충전할 수 있는 주거환경과 인프라가 이미 구축돼 있었다는 점, 그리고 친환경 교통수단으로의 전환을 위한 사회구성원들의 인식이 맞물려 노르웨이 전기차 보급에 아주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한국의 공동주택 비율은 78%에 이르고, 노후한 다세대 주택 등에서 충전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변압기 설치가 선행돼야 하는 등 사실상 ‘내 집’에 ‘내 충전기’를 설치하는 환경을 만들기는 어렵다.
국내에서 탄소중립을 목표로 전기차의 보급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주거지역 내의 충전기 설치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기후나 인구, 지리적 약점을 사회적 기반으로 극복한 노르웨이의 사례를 참고해 어떤 부분을 활력으로 삼아 국내에서 전기차 보급의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충전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