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전기차 시장은 “캐즘”에 빠졌을까?

2024년 국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총 163만 대로, 소비 심리 위축 등의 요인으로 인해 2023년 대비 6.5%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반면,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판매량은 65만 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8.2% 증가하는 높은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판매된 차량 중 약 40%가 전기차 및 친환경차라는 점에서 사상 최고 비율을 기록한 것입니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에 빠져있다는 우려와 달리, 증가세는 분명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2024년 전기차 시장 동향: 승용/승합전기차의 보급 증가

"캐즘(Chasm)"은 얼리어답터와 대중적인 소비자 사이에 존재하는 큰 장벽을 의미합니다. 초기 시장에서는 신기술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적극적으로 구매했지만, 대중 시장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는 여러 장애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에서 캐즘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충전 인프라 부족, 배터리의 안정성, 전기차량 가격의 부담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2024년의 전기차 보급 동향을 살펴, 국내 전기차 시장이 “캐즘”에 해당하는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전기차 총 보급량은 14만 6천 대로 집계되었습니다. 이 중 전기승용차가 12만 2천 대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는 2023년(11만 5천 대)보다 증가한 수치입니다. 2024년 크게 이슈가 되었던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 등의 부정적인 이슈에도 불구하고, 전기승용차 시장은 큰 타격 없는 성장세를 보여준 것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성장세는 2024년 출시된 소형 전기차 모델인 캐스퍼 일렉트릭과 EV3가 인기가 바탕이 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전반적인 소비 심리 위축과 전기차 화재 이슈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성비 높은 전기차가 실수요층을 끌어들였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2024년 국내 전기차 판매량 1위, EV3
특히 EV3의 경우, 2024년 7월 출시 이후 6개월 만에 1만 2천여대를 판매했습니다. 6개월만에 거둔 최고의 성적입니다. 국내 전기차 중에서는 판매량 1위, 전체 전기차 중에서는 판매량 2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에 더해서 유사한 소형 전기차 모델인 캐스퍼 일렉트릭도 1만 여대의 판매량을 올리며 아주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024년 전체 전기차, 수입차 판매 1위: 테슬라 모델 Y
전체 전기차 판매량 1위는 어떤 모델일까요? 바로 테슬라 모델 Y인데요. 약 1만 8천여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전체 전기차 판매량 1위는 물론이고, 전체 수입차 판매량 1위도 차지했습니다. 테슬라는 2024년 처음으로 전체 판매량 2만대를 갱신하면서 7년간의 국내 판매 실적 중 최대치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테슬라의 올해 판매 급증은 기존 미국산 대비 가격을 낮춘 중국산 ‘모델 Y’와 ‘모델3′를 들여온 결과로 해석됩니다. 2023년 하반기, 2024년 상반기 출시된 각 모델이 이전보다 다소 저렴한 가격에 출시되어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했다고 보입니다.
결국, 전기승용차 시장에서는 실속형 소형 전기차 모델의 등장, 테슬라의 가격하락에 힘입어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서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다는 인식이 보편화되며, 실구매로 이어지는 결과를 이끌어 냈습니다.
한편, 전기승합차의 보급량도 2023년(2,820대) 대비 증가하여 3,595대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상용 전기차 중에서도 승합차 부문의 성장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2024년 전기차 시장 동향: 화물전기차의 보급 급감

전기승용차, 전기승합차가 2023년보다 많은 보급량을 확보하였지만, 2023년 16만대 대비 전체 전기차의 보급량은 약 14만대로 감소했습니다. 이렇게 전체적인 전기차의 보급량이 줄어든 이유는, 화물 전기차의 보급이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2023년 4만 3,940대가 보급되었던 것과 비교해 50% 이상 감소한 2만 579대만이 보급되었습니다.
화물전기차는 아무래도 실제로 운송업에 사용되는 비중이 높고, 무거운 하중을 버티며 장시간 운행해야 하는 특성이 있는데요. 장거리 운행시 충전을 해야 하는 불편함, LPG 대비 유지비 절감의 효과가 크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운송업계에 사용되는 화물전기차의 매력이 LPG보다 낮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고 해석됩니다.
결국, 승용·승합 전기차 보급이 증가했음에도 화물 전기차의 보급률 급감이 전체 전기차 시장 성장의 발목을 잡은 요소로 분석됩니다.

2025년, 그래도 아직은 전기차!

2024년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처음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경유차 판매량을 넘어선 해였습니다. 이는 국내 자동차 시장이 점진적으로 친환경차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또한 승용/승합 부분에서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므로, 아직까지 “전기차 캐즘”에 돌입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고 해석됩니다. 더하여 2025년에는 BYD를 비롯한 다양한 제조사들이 더욱 저렴한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며, 실수요자 중심의 보조금 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2025년 전기차 보급도 무리 없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화물 전기차의 보급 감소 문제 해결과 충전 인프라 확충이 필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화물전기차의 보급량 감소세보다 승용/승합에서의 증가세가 커질 수 있도록, 실수요자 위주의 보다 효율적인 정책과 인프라 투자가 병행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